사랑을 하고 있을 무렵, 「우리는 사랑일까」라는 책을 통해 알랭 드 보통을 알게 되었다.
감각적인 시선으로 사랑의 감정을 분석하는 작가의 통찰력에 감동했었다.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은 감정이지만, 이 책을 통해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화자는 클로이와의 사랑이야기, 기-승-전-결의 구조 속에 세세한 감정들을 분석해 철학자들의 의견을 인용해 표현함으로써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구조는 말 그대로 기-승-전-결이다.
클로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 사랑이 발전하고 고착화되다가 연인의 변심으로 인한 종말 그리고...
또 다른 사랑의 시작.
자살까지 결심했을 만큼 절실했고 사랑을 증오했고 다시는 사랑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나,
거짓말처럼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고 거부할 수 없이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과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을 그냥 사랑이라는 형태를 통해 표현한 것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읽고 있으면 정말이지 결말은 전혀 궁금하지 않게 된다.
클로이와의 이별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화자에게 레이첼이 나타난 것처럼, 혹은 누군가가 태어나서 살다가 다시 죽을 것이라는 당연한 명제처럼.
"매력적이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따분한 사람은 나 자신이 되고 만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적인 평범함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 광기를 드러낸다."
"오아시스 콤플렉스에서는 목마른 사람이 물, 야자나무, 그늘을 본다고 상상한다. 그런 믿음의 증거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에게 그런 믿음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간절한 요구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환각을 낳는다. 갈증은 물의 환각을 낳고, 사랑에 대한 요구는 왕자나 공주라는 환각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이 사람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희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몇 달 후에는 그 사람을 피하려고 일부러 길 또는 서점을 지나쳐버린다는 것은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너를 사랑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싫다."
"사랑의 종말과 삶의 종말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후자의 경우에는 그래도 죽은 뒤에는 우리가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위안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에서건 돈에서건 오직 빈곤만이 체제에 의문을 품게 한다. 그래서 아마 연인들은 위대한 혁명가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설사 우리가 아름답고 부유하다고 해도 이런 것들 때문에 사랑받고 싶어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서 그것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은 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하는 질문만큼이나 대책없는 질문이다."
"사랑에 고통이 없을 수 없고, 사랑이 지혜롭지 못한 것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 「상실의 시대」를 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과 이 작품이 닮아있다는 느낌은 내 개인적인 것일까..?
물론 하루키의 작품들은 복잡한 줄거리에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에 반해
드 보통의 작품들은 놀랄만큼 단순한 줄거리에 딱 두사람(나머지는 언급수준)이 등장한다.
하지만 인물의 감정을 세세히 묘사하는 담담한 필체는 닮아있다.
그리고 비약일지는 몰라도 둘 다 일본, 영국이라는 섬나라의 작가라는 것이다.
다음에는 「너를 사랑한다는 건」을 통해 '사랑과 인간관계' 드 보통의 3부작을 완성할 생각이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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